갯배의 추억

아바이마을 통곡의 날(1탄)

9,405 2008.11.15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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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1월 2일
고요하던 바다. 언제보아도 푸른 속초 앞바다. 그러나 겨울 바다는 언제 변덕부릴지 아무도 모른다. 겨울에는 어민들은 명태잡이를 나간다. 새벽 3시경에 출어 준비해서 4시까지 콩볶듯이 바다로 나간다. 출어시간과 작업시간이 짧은 해와 맞추어 서둘러야하기에 그렇게 나가는가 보다. 그날 새벽도 외삼촌 3명은 부둣가 곁인 우리 집에 모여 명태잡이 작전회의를 한다. 정보교환이다. 명태가 잘 잡히는 코스는 어디며 수심은 얼마이며 시간대, 물흐름 등등... 그래서 항상 실적 왕, 일등 어부들이다. 각각 다른 배의 선장인 외삼촌들은 흥남부두 철수 때 고향을 버리고 온 실향민, 아바이 마을의 엄마 혈육들이다. 우리 집은 혼자 사는 우리 엄마, 누나에게 출어보고, 아니 눈도장을 찍고, 바다로 나가고 들어 와서는 바다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 장소이자 쉼터이다. 조카들의 잠과 인격은 염두에도 없고... 외삼촌들의 떠드는 소리에 이불을 꼭 뒤집어쓰고 빨리 출어하기만 기다린다. 오늘도 그런 날 중 하나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바다에서 바람이 몹시 불었다. 소위 파도를 일으키는 동풍, 샛바람이다. 그런데 10시가 넘으니 더욱 불었다. 파도가 부서져 하안물결만이 보였다. 배들이 콩볶듯이 다투어 항구로 되들어온다. 던진 주낙을 다 버린 채... 나는 기분이 좋았다. 오늘 같은 날은 육지에서의 낙시 보조작업 즉 미끼를 달고 낙시를 개는 6-7시간의 품일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생계수단이지만 우리 식구는 더할 나위없는 휴식의 날이고 잠을 실컷 자는 날, 마음의 잔치 날이다.

그런데 낮 12시쯤 되니까 동네에서 사람들이 아우성을 친다. 배가 뒤집어졌다는 것이다. 속초 앞바다에는 여러 곳에 암초가 있다. 그 암초 옆을 지나야만 항구로 들어오는데 그 암초는 파도의 높이를 가름하는 척도이다. 높으면 하얗게 부서진다. 그런데 오늘은 보통 큰 파도가 아니다. 하얀 물결만 보이고 바다는 온통 부서진 파도 일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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