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배의 추억

초딩추억시리즈21- 대 보름달 이야기

9,877 2010.03.05 08:06

본문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디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달 달 무슨 달 낮과 같이 밝은 달
어디어디 비추나 우리 동네 비추지

달 달 무슨 달 거울 같은 보름달
무엇무엇 비추나 우리 얼굴 비추지

어릴 때 둥근 달은 언제나 나를 따라 다녔다. 바닷가에 가도 나룻배를 타고 가도....축항에 올라가도.... 왜 나만 따라 오는 거야....귀찮게...
‘나’라는 에고(ego)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에 이른 시절에 달이 따라 다닌다는 사실이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그런데 지금도 달은 나만 따라 온다. 인공위성이 촬영한 달의 표면이 6.25 둥이의 얼굴이 얽은 것 같이 곰보라는 것에 매우 슬펐다. 우리 당시 2, 3년 형들이나 누나는 천연두 마마의 후유증으로 얼굴에 열등한 상처를 가졌다. 그것도 사람의 간판인 얼굴에.... 중공군이 물밀듯이 쏟아져 내려오는 것을 막기 위한 세균을 뿌린 후유증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애꿎은 민간인은 이래저래 피해이다.

이제 그 둥근달은 이태백이 놀던 달이 아니라 닐 암스트롱이 놀던 달이되었다. 이제 우리는 시대를 잘 타고나 사람이 달까지 가는 것을 보게 되었고, 태양계 밖의 세계를 알기 위해 우주선을 띄우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학의 발달로 달의 신비가 차차 밝혀져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땅이라는 현실에서 달을 본다. 대보름달은 어렴풋이 떠오르는 추억의 보고이다. 달은 어디에서 쳐다보아도 같은 달이기에 기억은 언제나 머리에 머물게 된다.

속초의 보름달..... 어느 지역에 살든지 그 보름달이다. 좁디 좁은 속초에서 경치와 오징어만 먹고 살 수 없기에 무조건 상경하고, 일자리를 찾아 울산과 포항 그 외 공단지역으로 떠난 아바이 마을의 자녀들에게도 이 달빛은 비칠 것이다. 그리고 고향의 대보름은 추억이 있어 더 밝았다.
바닷가에서의 보름달은 파도가 치는 밤이면 여러 개로 나누어 진다. 부딪혀 깨지는 하얀 물보라와 함께 우리의 기억 속에 머문 보름달이다.

특히 정월 대보름달은 추운 설날을 보내고 나이 한 살 더 먹고 보게 되는 첫 만월이라서 더욱 기다려지고 추운 겨울을 이기는 봄맞이를 한다는 의미에서도 기다려진다.
원래 보름명절 정월 대보름은 음력 1월 15일로써 '달이 차올라 가장 밝을 때' 이며, 보름의 어원은 '붉다' 또는 '밝다'에 왔다고 한다. 어원으로 밝+암(접미사) > 바라암 > 바름 > 보름으로 바뀐 것으로 추정되며, 달이 차올라 밝다는 뜻을 가졌다 한다.
또한 한해를 시작하는 첫 달이 정월이니 정월+대보름은 곧 한해의 첫 보름으로 달이 처음으로 크게 차오른 날이라는 것이다.

이 보름은 풍성한 먹거리와 놀이가 있는 전통 축제일이다. 9가지 나물에 고소한 잡곡으로 만든 오곡밥(찹쌀, 차조, 검은콩, 찰수수, 붉은팥)을 먹으며 한 해 동안 건강하게 보내기를 기원했다.
아침 인사 대신 상대방 이름을 부르며 ‘내 더위 사가라!’며 더위를 팔면 그 해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재미난 풍속도 있다.
‘부스럼을 깬다’하여 온가족이 둘러앉아 밤이나 호두, 땅콩 등을 깨 먹으며 하루를 풍성하게 보냈다.

우리 어릴 때 가난한 바닷가의 대보름 추억은 백사장과 축항(방파제) 위에서 깡통에 불을 피워 빙빙 돌리던 기억이다. 쥐불놀이인가??
보름이 되기 전 며칠 전부터 백사장에서 떠내려 온 나무, 부엌에서 소나무 옹이 배긴 솔갱이, 생선 담는 나무(하꼬짝)... 가장 좋은 재료는 명태 배가 쓰는 참나무 숯이다. 이것에 불을 붙이고 밤에 돌리면 돌아가는 순간 타다닥 튀면서 여러 갈래의 불꽃은 내는데 그 광경이 제일 멋지다. 될 수 있는 한 재료를 많이 모아둔다. 그리고 말린다. 깡통은 될 수 있는 한 큰 것으로.... 깡통의 옆구리를 못 쓰는 칼로 찢던지, 대못으로 구멍을 뚫는다. 돌리는 줄은 당시 흔한 전선(삐삐선)... 이 전선은 속심이 강철로 되어 있어 겉의 피복이 타도 속심이 견디기에 여러 겹을 해서 묶는다. 불의 온도가 몇 백도 되어도 끊어지지 않기에 불을 돌리는 데는 적격이다.

달이 점점 커지면 이 삼일 전부터 예행연습을 한다. 보름이 아직 멀었는데도.... 이유는 불장난이 너무 재미있어 하는 것이다. 어른들은 불이 마을에 붙을까 염려되어 말들을 하지만 우리들은 안전보다는 재미이다. 일년 놀이 중에 이런 공식적 불장난이 또 있는가? 추운 겨울에 불기운이 따뜻해서 좋고, 불이 어두운 주변을 비추어 좋고, 많이 돌리면 달이 빨리 크는 줄 아는 철 모르는 시절, 대보름은 그래서 좋은 것이다.
백사장에 녹지 않은 눈 위에서.... 파도가 스치고 지나가 모래가 드러난 경계위에서 시린 발을 구르며, 때로 파도에 신발을 적셔 가면서 돌리는 깡통 돌리기..... 역풍이 불어 바닷바람이 육지로 부는 해는 낭패이다. 불꽃이 마을로 튀니 축항 아래로 내려가 파도를 맞으면서 돌리기도 한다. 더 어릴 때는 형들 옆에서 한 번쯤 돌려 볼까 개평을 기다리던 동심.... 키가 적은 어린 나이에는 적은 강통을 준비하고 , 좀 크면 큰 강통을.... 키에 비례해서 돌리는 강통 불...

대보름 깡통 불에 얽힌 재미있는 일이 기억난다. 우리 동창 중 갯배 바로 위쪽에 남재춘과 천춘선이 있었다. 5학년 대 보름날 밤, 백사장에서 불을 넣고 깡통 돌리기를 하였다. 바닷가에서 수많은 친구들이 모여 그날도 누구 불이 세력이 센가 경쟁을 하였다. 나무를 태우고 돌리며, 윙윙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깡통불은 바닷가를 불야성으로 만들었다. 밤이 늦어 집에 갈 때면 돌리던 깡통불을 하늘로 던져서 마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남재춘이 불을 세게 돌리다 하늘위로 던졌다. 다 함성을 지르고 재미있어 하는 순간 위로 올라간 불 깡통이 옆에서 보조를 하던 천춘선의 목덜미 뒤로 떨어진 것이다. 잠바가 타고 아이는 비명을 지르고.... 얼마나 급했을까... 너무 급한 나머지 바닷 물속으로 뛰어 들었다.
한참 후에 그 위기는 모면했지만 목과 뒷덜미에 화상을 심하게 입었다. 봄 방학 때 학교에 왔는데 목에 붕대를 칭칭 감고 왔다. 그 보름 축제 두 번했다간 아이를 잡겠다고 생각했다.

보름달이 떠오르면 주로 소원을 빈다. 당시 우리 소원이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금년 한해는 수제비를 많이 먹지 않고 흰 쌀밥을 먹게 해달라고..... 도 고기를 많이 잡게 해달라고.... 소원도 스케일이 커야 크게 빌지....
영원히 살 줄 알고 펄펄뛰고 놀던 그 시절.... 애굽의 파라밋을 조사하던 고고학자가 큰 비문이 있어 그 상형문자를 평생 연구하여 대단한 발견을 할 줄 알았는데.... 내용은 “요즈음 아이들은 철이 없다”는 것이다. 무엇을 위해 공부했는가? 그걸 연구하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니..... 그 시대도 아이들은 철이 없고 우리들도 그랬다.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왜 사냐고 물으면 살다보니 지금껏 살아왔다고...

밀물과 썰물의 주체인 달, 양력만을 우선으로 하는 세대에 보름달은 음의 추체이다. 음의 영역인 땅과 물과 공기를 더럽히면 풍년과 다산이 절대 보장될 수 없다. 또한 달이 차올라야 어두운 세상을 밝게 비출 수 있듯이 음의 영역인 어머니와 여성들이 신나고 행복해져야 나라와 가정과 그 안에 속한 자녀들이 밝고 명랑하게 자란다는 것을 되새길 수 있다.

그래서 "설은 질어야 좋고 보름은 밝아야 좋다”라고 했는가 보다.

댓글목록

김태형님의 댓글

보름달도 좋지만 가끔은 어르신들에게 인사 드리는 것도 좋지요

12호님의 댓글

12호 이름으로 검색 2010.03.25 00:00

그땐 쥐불놀이가 아니고 망우리 라 칭하였지요!<BR>언제 보아도 선배님의 글 옛 추억을 떠올리는 ....<BR>으앗 좋아요 .. 매우 좋아요<BR>